연쇄 범죄가 발생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프로파일러가 범죄현장의 단서들을 보고 범인의 성격과 생활방식을 추론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이런일을 대신할 수 있을까?
AI는 범죄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여러 사건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잇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특정
범죄자의 성격이나 정체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AI 프로파일링의 핵심은 범인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수사관이 검토해야 할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좁혀주는 것에 가깝다.

1. AI는 수많은 범죄 사건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는 데 강하다
범죄수사에서는 한 사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들과 비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범행시간은 비슷한가?
피해자의 특징은 무엇인가?
범죄자는 피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가?
범행도구와 장소 선택에는 공통점이 있는가?
범행 이후 반복되는 행동은 무엇인가?
사람이 수백 건의 사건기록을 하나씩 읽으면서 이런 특징을 모두 비교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AI는 이러한 자료를 구조화하고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내는 데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에서 범행시간, 피해자 선택, 침입방법, 범행 후 행동 등이 반복된다면 AI가 사건 간 유사성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Crime Linkage Analysis와도 연결된다.
즉 AI는 “범인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단정하기보다,
“이 사건들과 저 사건은 행동적으로 유사하다.”
“이 행동은 여러 사건에서 반복된다.”
“이 요소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와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분석도구가 될 수 있다.
2. 범죄자의 행동에는 데이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맥락이 있다
문제는 같은 행동이라도 항상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범죄자가 특정 행동을 반복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성격적 특징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범행장소의 구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고, 피해자의 반응 때문에 행동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우연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범죄자 프로파일링에서는 행동과 개인특성 사이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연결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이런 범행을 했으니 범인은 반드시 이런 성격일 것이다.” 라고 판단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범죄행동은 개인의 성격뿐 아니라 상황, 기회, 피해자의 행동, 범행 경험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 역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찾기 때문에 학습한 데이터에 편향이 존재하거나 특정 유형의 사건이 과도하게 포함되어
있다면 잘못된 추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AI가 제시한 프로파일은 범인의 정답지가 아니라 하나의 Investigative Hypothesis, 즉 수사가설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
3. 미래에는 AI 프로파일러보다 'AI를 활용하는 프로파일러'가 중요해질 수 있다
AI가 발전한다고 해서 인간 프로파일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AI는 많은 사건자료를 비교하고, 행동특징을 분류하고, 반복되는 패턴을 찾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반면 인간 프로파일러는 그 패턴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여러 사건에서 동일한 행동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프로파일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이 행동은 범죄자에게 실제로 중요한 행동인가?
아니면 범죄환경 때문에 발생한 행동인가?
다른 범죄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행동은 아닌가?
이 패턴과 맞지 않는 사건은 왜 존재하는가?
다른 설명은 가능한가?
이런 검토 없이 AI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Tunnel Vision이나 Confirmation Bias를 강화할 수도 있다.
특정 유형의 범죄자라는 AI의 초기 판단에 수사관이 지나치게 집중하면 이후의 증거를 그 방향으로만 해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범죄자 프로파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AI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다.
AI는 패턴을 찾고, 인간은 그 패턴의 의미를 판단한다.
AI는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검토할 부분을 좁혀줄 수 있다.
하지만 범죄자의 행동을 상황과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다른 증거와 비교하고, 최종적인 수사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다.
결국 AI가 범죄자를 프로파일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AI는 프로파일링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분석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프로파일을 곧바로 범죄자의 실제 모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뛰어난 프로파일러는 AI와 경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찾아낸 패턴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수사가설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