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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목격자보다 정확하게 사건을 기억할 수 있을까?

by 난해인 2026. 9. 24.

범죄사건에서 목격자의 기억은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누가 있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한 목격자의 진술은 수사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완벽한 녹화영상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내용이 사라질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이나 질문 방식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내용을 나중에 경험한 것처럼 기억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CCTV, Body Cam, 영상분석 AI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의 목격자보다 더 정확하게 사건을 기억할 수 있을까?

답은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완전히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AI는 기록된 정보를 매우 정확하게 다시 찾아낼 수 있지만, 기록되지 않은 상황까지 기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목격자 기억과 AI
목격자 기억과 AI

1. 인간의 기억은 카메라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기억을 동영상 파일처럼 생각한다.

사건을 경험하면 머릿속에 그대로 저장되고,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꺼내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인간의 기억은 훨씬 복잡하다.

기억은 사건을 그대로 복사해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보의 일부를 저장하고 나중에 다시 떠올리는 과정에서 재구성된다.

이를 기억의 재구성(Reconstructive Memory)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목격했다고 생각해보자.

당시에는 차량의 색깔이나 운전자의 얼굴을 정확하게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건 이후 다른 사람에게서

검은색 차량이었다고 하던데요?”

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면 나중에는 실제로 검은색 차량을 보았다고 기억할 가능성도 있다.

수사관이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는지도 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사람이 칼을 들고 있었죠?”

처럼 답을 암시하는 질문을 받으면 실제 기억과 질문에서 제공된 정보가 섞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목격자가 자신 있게 진술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기억이 정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억의 확신과 기억의 정확성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 AI는 기억하지 않고 '기록된 정보'를 분석한다

AI는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다룬다.

CCTV에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면 AI는 수백 시간의 영상에서 특정 사람이나 차량을 찾아낼 수 있다.

사람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특정 시간대에 등장한 객체를 분류하며, 여러 영상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징을 찾아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는 인간 목격자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다.

AI는 피곤해서 사건을 잊어버리지도 않고, 시간이 지났다고 영상 속 차량의 색깔이 바뀌어 기억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

AI가 분석할 수 있는 것은 기록된 정보뿐이다.

카메라가 촬영하지 못한 영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다면 AI도 알 수 없다.

영상의 화질이 나쁘거나 사각지대가 있다면 그 부분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영상 속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는 문제도 남는다.

두 사람이 서로 밀치는 장면이 있다고 해보자.

AI는 누가 먼저 팔을 움직였는지 분석할 수 있을지 몰라도 두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까지 자동으로 알 수는 없다.

따라서 AI의 기록과 인간의 기억은 서로 다른 장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3. 가장 정확한 방법은 인간의 기억과 AI 기록을 서로 검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범죄수사에서 인간 목격자는 필요 없어질까?

그렇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목격자는 영상에 담기지 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사건 이전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 특정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와 같은 맥락정보는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CCTVAI 분석은 인간의 기억을 검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목격자는

피의자가 사건 직후 오른쪽 골목으로 도망갔다.”

라고 기억하고 있지만 CCTV 분석 결과 왼쪽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목격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서도 잘못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러한 기억 오류를 확인하는 외부 기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반대로 AI의 분석 결과 역시 인간이 검토해야 한다.

AI가 영상 속 인물을 잘못 식별하거나 객체를 잘못 분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하나의 정보만을 절대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다.

목격자의 진술, CCTV, 물적 증거, 다른 목격자의 진술, AI 분석 결과를 서로 비교하면서 검증하는 것이다.

 

AI는 사건을 인간처럼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기록된 데이터를 매우 빠르고 일관되게 분석한다.

인간은 기억 오류를 일으킬 수 있지만 기록에 담기지 않은 상황과 맥락을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수사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기억과 AI 중 누가 더 정확한가?”

라는 경쟁이 아닐 수 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인간의 기억과 AI의 기록을 어떻게 결합해야 사건에 더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

일 것이다.

AI는 목격자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 기억의 한계를 보완하고 진술을 더 정확하게 검증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