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심리학과 광고, 정치, 교육, 마케팅에서 중요한 주제였다.
그런데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으로 설득의 방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의 광고는 같은 메시지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AI는 상대방의 관심사와 말투, 이전 대화, 질문 방식에 맞춰 서로 다른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
즉, 같은 제품이나 같은 주장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설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AI는 인간보다 사람을 더 잘 설득할 수 있을까?
핵심은 AI가 특별한 최면 능력을 가진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맞는 정보를 빠르게 선택하고, 그 사람이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1. AI는 상대방에 맞춰 설득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사람마다 설득되는 이유는 다르다.
어떤 사람은 숫자와 통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실제 사례에 더 쉽게 반응한다.
또 어떤 사람은 손해를 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AI는 대화를 통해 이러한 차이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설명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운동을 권하더라도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질병 예방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체형 변화의 관점에서 설명하며, 업무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집중력과 체력 향상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이것을 개인화된 설득(Personalized Persuasion)이라고 볼 수 있다.
AI가 강력해질 수 있는 이유는 하나의 설득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특성에 맞는 여러 메시지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 개인화된 설득은 도움도 되지만 조작이 될 수도 있다
개인화된 설득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어려운 정보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하거나 건강한 행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설득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이익보다 자신의 목적을 우선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AI가 어떤 사람의 소비 습관과 관심사를 분석한 뒤, 그 사람이 가장 충동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광고 문구를 계속 만들어낸다고 생각해보자.
또는 특정 주장에 동의하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자의 두려움이나 불안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개인별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설득(Persuasion)과 조작(Manipulation)의 경계가 중요해진다.
설득은 상대방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할 기회를 남겨두는 과정에 가깝다.
반면 조작은 상대방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적 약점을 이용해 특정 행동을 유도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AI가 개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수록 이러한 위험은 커질 수 있다.
3. AI 시대에는 '무슨 말을 했는가'보다 '왜 나에게 이 말을 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는 설득 메시지를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광고나 추천을 접했을 때 단순히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왜 하필 나에게 이 메시지가 보여졌을까?
내가 가진 어떤 관심이나 성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메시지는 정보를 제공하는가, 아니면 감정을 자극하는가?
반대되는 정보도 함께 보여주고 있는가?
AI와 직접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AI가 내 생각에 계속 동의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내가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용자의 질문 방식에 맞춰 답변이 조정되면서 기존 생각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AI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생각에 반대되는 가장 강력한 주장을 제시해줘.”
“이 메시지가 나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심리적 요소를 사용하고 있는지 분석해줘.”
결국 AI의 설득력이 강해지는 이유는 AI가 인간보다 말을 잘해서만은 아니다.
나에게 맞는 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에는 좋은 메시지를 만드는 능력만큼이나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설득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AI는 우리에게 더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잘 아는 기술일수록 나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