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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에 AI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by 난해인 2026. 8. 21.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는 더 이상 단순히 글을 작성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있다. 사진과 영상을 분석하고, 방대한 문서를 분류하며, 데이터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고, 여러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AI를 경찰 수사(Police Investigation)​에 활용한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경찰 수사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사용된다. 피의자와 참고인의 진술, CCTV 영상, 통화내역, 계좌거래 기록, 사건보고서, 범죄경력, 디지털 포렌식 자료, 차량 이동정보 등 하나의 사건에서도 엄청난 양의 정보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사관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중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여러 단서를 연결하며, 어떤 가설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AI가 사람보다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고 비교할 수 있다면 수사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AI가 제시한 판단이 틀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I가 특정 사람을 위험하다고 판단하거나 특정 용의자를 우선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을 때 수사관은 그 판단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결국 경찰 수사에서 AI의 문제는 단순히 "AI가 수사를 대신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와 인간 수사관이 어떻게 역할을 나눌 것인가이다.

경찰 수사에 AI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경찰 수사에 AI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1. AI는 방대한 수사정보 속에서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경찰 수사에서 AI가 가장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은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력범죄가 발생했다고 생각해보자.

사건 현장 주변에는 수십 개 또는 수백 개의 CCTV가 있을 수 있다. 수사관이 모든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확인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AI 기반 영상분석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특정 시간대에 이동한 차량이나 사람을 찾아내고, 특정 특징을 가진 대상을 분류하며, 여러 CCTV에서 동일한 대상이 이동한 경로를 추적하는 작업을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에서도 비슷하다.

한 사람의 휴대전화에는 문자메시지, 메신저 대화, 사진, 영상, 통화기록, 위치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 사건에 따라 수십만 건 이상의 데이터가 분석 대상이 될 수도 있다.

AI가 이러한 자료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특정 Keyword, 인물, 장소, 시간 등을 기준으로 관련 정보를 정리해준다면 수사관은 모든 자료를 처음부터 읽는 대신 사건과 관련성이 높은 자료부터 확인할 수 있다.

문서 분석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수법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생각해보자.

사람이 각각의 사건보고서를 하나씩 읽으면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AI를 이용하면 범행시간, 장소, 피해자 특성, 침입방식, 범행도구, 피해품목, 범인의 행동 등 다양한 정보를 구조화하고 사건 사이의 유사성을 비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서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였던 여러 사건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

범죄수사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Crime Linkage Analysis와도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경찰서에서 발생한 세 건의 사건에서 범인이 비슷한 시간대를 선택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며, 범행 후 특정한 행동을 반복했다면 AI는 이러한 공통된 특징을 찾아 사건 간 연관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범죄분석(Crime Analysis)이나 범죄자 프로파일링(Criminal Profiling)에도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범인은 이 사람이다"라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AI가 제공해야 할 것은 어디까지나 다음과 같은 Decision Support에 가까워야 한다.

"이 사건들과 이 사건 사이에 높은 유사성이 존재한다."

"이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차량이 있다."

"이 사람의 진술에서 이전 진술과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이 데이터 가운데 사건과 관련성이 높은 자료는 이 부분이다."

즉, AI의 역할은 수사관을 대신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검토해야 할 정보를 빠르게 좁혀주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2. AI가 수사의 판단까지 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위험이 생긴다

AI가 경찰 수사에 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AI가 단순한 정보 정리를 넘어 판단(Decision Making)​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훨씬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AI 시스템이 여러 정보를 분석한 뒤 다음과 같은 결과를 제시했다고 생각해보자.

"용의자 A가 범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또는,

"이 사람은 향후 강력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수사관이 본다면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Automation Bias(자동화 편향)​다.

사람은 컴퓨터나 알고리즘처럼 객관적으로 보이는 시스템이 제시하는 결과를 지나치게 신뢰할 수 있다.

특히 AI가 특정한 확률이나 점수까지 제시한다면 이러한 효과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용의자 A와 범행의 연관 가능성 87%"

라고 표시했다고 생각해보자.

수사관은 자신도 모르게 A를 중심으로 증거를 해석하기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또 다른 인지적 오류인 Confirmation Bias(확증편향)​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특정 인물을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보는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반대로 무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할 위험이 있다.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AI의 초기 판단 → 수사관의 믿음 형성 → 확증편향 → 특정 증거에 집중 → AI 판단이 맞다는 확신 강화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구조다.

특히 AI가 어떤 근거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인간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를 AI 분야에서는 Explainability(설명가능성)​의 문제라고 한다.

예를 들어 AI가 어떤 사람을 위험인물로 분류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인간은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범죄경력이 많기 때문인지, 특정 행동패턴 때문인지, 거주지역이나 연령 같은 정보가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없다면 그 결과를 그대로 수사에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Algorithmic Bias(알고리즘 편향)​다.

AI는 완전히 중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기존 사회의 편향이 포함되어 있다면 AI 역시 그것을 학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특정 지역에서 경찰의 단속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지역의 범죄 관련 데이터가 더 많이 축적될 수 있다.

AI가 이러한 데이터를 단순하게 학습하면,

"이 지역에서는 범죄가 더 많이 발견됐다."

라는 사실을,

"이 지역 사람들은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를 것이다."

라는 예측으로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예측을 근거로 다시 해당 지역에 경찰력을 집중하면 더 많은 범죄가 발견되고, 그 데이터가 다시 AI의 예측을 강화하는 Feedback Loop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찰 수사에 AI를 도입할 때는 단순히 AI의 정확도가 몇 퍼센트인지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의 오류가 어떤 방향으로 발생하는지, 특정 집단에게 불리하게 작동하지 않는지, 인간 수사관의 판단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3. 미래의 경찰 수사는 'AI 수사관'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수사관'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SF 영화에서는 미래의 경찰이 AI에게 사건을 맡기면 AI가 모든 정보를 분석해 범인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미래는 조금 다를 가능성이 크다.

AI가 수사관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수사관이 AI를 하나의 강력한 분석도구로 사용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와 인간은 서로 잘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AI는 사람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대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수천 장의 문서를 비교하고, 수백 시간의 영상을 분석하며, 복잡한 데이터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내는 것은 AI가 매우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이다.

반대로 인간 수사관에게는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능력이 있다.

사람의 행동을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능력, 피해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피의자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질문을 조절하는 능력,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사건 전체의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수사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이 핵심적인 영역이다.

피해자는 항상 사건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할 수 있다. 충격이나 기억의 특성 때문에 진술이 일부 달라질 수도 있다.

피의자의 진술 역시 단순히 참과 거짓으로만 나눌 수 없다.

어떤 사람은 긴장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만 숨길 수도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실제로 자신이 경험한 사건을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복잡한 인간의 행동을 단순히 데이터의 패턴만으로 해석한다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수사관에게 필요한 능력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수사관이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AI가 정리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Critical Evaluation)​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사건을 다른 사건과 연결했다면 수사관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두 사건의 유사성이 정말 의미 있는 것인가?"

"서로 다른 범죄자도 흔히 사용하는 행동은 아닌가?"

"AI가 고려하지 않은 정보는 없는가?"

"반대되는 증거는 무엇인가?"

"다른 가설을 세우면 같은 자료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러한 태도는 수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수사관은 Confirmation Bias, Tunnel Vision[^6], Anchoring 등 다양한 인지적 오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지적되어 왔다.

AI가 수사에 들어온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편향과 알고리즘의 편향이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찰 수사에서 AI를 가장 안전하게 사용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AI는 가설을 제시할 수 있지만, 가설을 사실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AI가,

"이 사람이 범인이다."

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료에서 이 사람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이것이다."

라고 제안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AI가 제시한 결과는 반드시 독립적인 증거와 인간의 판단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앞으로 AI가 더욱 발전하면 수사관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지금보다 훨씬 증가할 수 있다.

수백 건의 사건자료에서 공통된 특징을 찾고, 수천 개의 문서에서 핵심정보를 추출하고, 영상과 문자, 위치정보 등을 통합하여 사건의 Timeline을 구성하는 작업을 AI가 보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사관의 역할은 정보를 직접 처리하는 사람에서 AI가 처리한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AI를 사용할 줄 아는 능력만큼 AI를 의심할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하다.

특히 경찰 수사는 한 사람의 자유와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다.

잘못된 광고를 추천하는 AI와 잘못된 용의자를 추천하는 AI의 오류는 동일한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의 잘못된 판단은 무고한 사람이 용의자가 되고, 체포되거나 기소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경찰 수사에 AI를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가 인간보다 똑똑한가?"

가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AI가 인간의 판단을 더 정확하게 만들도록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결국 미래의 뛰어난 수사관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수사관도, AI의 판단을 그대로 따르는 수사관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AI에게 방대한 정보의 분석을 맡기되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여러 가능성을 비교하고, 최종 판단에 책임을 지는 수사관이 될 것이다.

경찰 수사의 미래는 어쩌면 AI 수사관의 시대가 아니라, AI와 함께 더 잘 판단하는 인간 수사관의 시대​일지도 모른다.